흔히 공중화장실에서 손을씻고 난 뒤 손건조기로 말리는 행위가 위생적일 것이라고 여기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안 씻느니만 못 할 정도로 비위생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건조기에 말리는 것이 비위생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건조시간이 길어 완전히 손을 말리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과 필터교체 등 건조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각종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 완전히 건조하지 않은 손, 세균 번식 5배

영국 브래드퍼트대학 연구진은 최근 손을 씻는 것보다 말리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손을 씻은 후 말리지 않으면 박테리아가 더 확산될 수 있고 손건조기에 손을 비비면서 말리는 경우도 박테리아가 더 번성한다는 것.

연구팀에 따르면 손건조기에 두 손을 비비는 행위는 박테리아가 씻겨 나가는 것을 방해했으며 반면 손을 건조기에 대고 그냥 두면 박테리아가 줄었다.

또 제대로 말리지 않은 채 축축한 상태의 손은 박테리아가 번식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설명이다.

이미 1999년 미국 뉴욕주 보건당국의 조사에서는 물기를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손의 세균이 5배 이상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온바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08년 1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는 손건조기 사용시 물기가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손을 완전히 말리지 않는 이유는 건조기의 사용시간에 따른 불편함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손건조기를 사용해 본 전체 응답자의 96% 중 74%가 ‘완전 건조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손건조기 사용시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건조기에서 손을 완전히 건조하는데 까지는 평균 44.1초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사람들의 이용이 잦은 공중화장실에서 1분 가까이 걸리는 시간동안 손을 말리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식중독·폐렴 유발 세균 풀풀 날리는 바람

한편 손건조기의 필터교체를 주기적으로 하지 않거나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건조기에서 나오는 바람자체에 세균이 검출되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세균바람에 손을 말리는 꼴이 되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외식사업장, 고속도로휴게소 등 다중이용시설 14곳의 화장실 손건조기 위생상태를 점검했더니 흡입구에서 검출된 평균 일반세균 수는 3.0×10⁴cfu/100㎠로 화장실 좌대에서 검출된 일반세균수 평균 3.3×10⁴cfu/100㎠과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또 송풍구에서 검출된 평균 일반세균수는 1.7×10³cfu/100㎠로 화장실 손잡이에서 검출된 2.4×10³cfu/100㎠와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손건조기에서 검출되는 일반세균에는 식중독을 유발하거나 폐렴까지 일으킬 수 있는 균이 발견됐다.

지난 5월 방송된 KBS ‘소비자고발’에서 고속터미널, 음식점, 지하철 등의 손건조기 위생을 점검한 결과 식중독을 유발하는 황색포도알구균 등 29종의 세균, 19종의 곰팡이균이 발견됐으며 병원의 손건조기에선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녹색사슬알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농녹균이 검출됐으며 바퀴벌레, 모기 등 벌레의 잔해까지 발견돼 충격을 줬다.

한국감염관리본부 김성주 주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곰팡이는 20~25도, 세균은 30~35도에서 배양되는데 주변 환경이 덥고 습하다면 건조기 내부는 물론 건조기 옆면 등에도 덩달아 균이 자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농녹균의 경우 습한 환경에서 잘 번식하기 때문에 물에 젖거나 물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말리면 검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전국 6만여대 소독기, 1년에 한번 정기점검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에서는 공중화장실 위생점검 부문에 손건조기 위생관리 항목을 추가했지만 일부에 그칠뿐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따른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공중화장실 위생점검에 손건조기 위생관리 항목을 추가해 지난 7월 점검을 실시했다”며 “샘플링 조사결과 95%는 이상이 없었고 문제가 발견된 5%는 즉시 시정조치토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기점검은 1년에 한번, 여름 휴가철을 기점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추산되는 6만여개의 손소독기를 관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손건조기에 비해 종이타월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위생적이라고 전하지만 문제는 비용에 있다. 하루 100명이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초기 구입비용을 제외하면 손건조기가 종이타월에 비해 연 평균 83%가량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향균필터를 장착한 손건조기라도 장기간 사용해 세균을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이 누적될 경우 기능이 감소할 수 있다”며 “흡입구를 통해 유입된 세균뿐 아니라 손을 말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방울이나 주변환경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세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손정은 기자(jems@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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